마구쓰기

10.29 참사에 대하여 막말을 늘어놓는 그대들에게

스승철 2022. 12. 24. 08:15

"멍청한 인간과 관념론자가 하는 말은 아무리 비판적인 정신이 있다고 해도 너무 도발적이라 주변 사람들이 도저히 참고 듣기 힘들 정도로 거부감이 든다.
이들은 단순한 표현을 사용하지만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굴며 우월감을 느낀다.
우월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멍청한 말실수를 한다.
운이 좋아 크게 주목을 받았다 해도 그들이 하는 말은 막말에 가까운 공허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판단해 독설을 내뱉으면서 상대방의 말문을 막아 자신감과 안도감을 느낀다."
-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中

10.29 참사 이후 이곳저곳에서 온갖 막말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정부 당국자들에게서는 진정 어린 반성과 성찰을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행동과 발언만 이어질 뿐이다.
집권 여당과 보수를 자칭하는 세력 중 일부에서는 유가족들을 향해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로 가감없이 막말을 내뱉고 있다.

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애당초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 이와 유사한 사태는 얼마든지 재발할 우려가 매우 높다.
이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저주서린 경고가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게끔 되어버린 가혹한 현실에 대한 한숨어린 비탄이다.

막말을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막말하는 것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알고도 그러는 거라면 분명한 목적이나 이득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막말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싶었거나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었거나 막말을 통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이득을 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막말하는 사람은 그저 자신이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구는 것"뿐이다.
진정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입이라도 다물고 가만히 있을텐데, 어중간하게 알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자신한테 유리하거나 자신이 믿고 있거나 자신이 주장하는 것에 부합하는 것만 보고 그것에만 근거하기 때문에 막말은 터져나온다.

막말을 던지는 당사자 본인은 이 사실을 절대 인지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니, 이러한 지적을 진정한 마음으로 담아 들을 수 있는 능력 자체를 갖추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면 애당초 막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고, 설사 꺼냈더라도 진정 사과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로 막말을 던졌던 당사자 중에 진정으로 사과한 사람은 여태껏 단 한 명도 보질 못했다.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옵니다." - 누가복음 23:34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박히면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저들이 이해는 되더라도 용서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렇게 하기에는 나의 성품이 그만한 도량을 갖추질 못했고 용서가 아닌 다른 대책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내세가 아닌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어찌 되었건 저들과도 함께 무리를 이루며 서로 나누고 살아가야 한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인가, 그것을 논하고 그것에 관한 대책을 찾아가는 것이 정치가 맡아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비록 정치가 실종돼버린 현실이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지금의 갈등과 불안과 싸움은 어차피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피하려 하면 결국 나중에는 더 큰 갈등과 불안과 싸움에 직면할 것이다.
나 스스로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나를 대신하여 임하는 이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이들과 연대를 형성할 수는 있다.
현재의 나에게는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부디 모든 일이 결국에는 순리대로 돌아가 사회의 안정과 평화가 다시 찾아오길 바란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분들이 다시 돌아올 수는 없지만 그 분들의 희생이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거나 아무런 가치가 없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 고인이 되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