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쓰기

[Writable 8기] 과제2 : '사회현상'에 관한 글쓰기 -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명단공개에 찬성하며

스승철 2020. 4. 3. 22:22

※ 과제2: ‘사회현상’에 관한 글쓰기
-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명단공개에 찬성하며

‘인면수심(人面獸心)’이란
겉은 인간이지만 속은 짐승이라는 뜻이다.
인간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저질렀을 때 쓰는 말이다.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게 어울리는 표현이다.
약자들을 상대로 빌미를 잡아 협박하는 행위.
협박을 도구로 삼아 각종 성착취물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
이마저도 부족해 이를 적극적으로 유포하여 금품을 획득하는 행위.
모두 ‘금수만도 못한’ 행위이다.
그렇기에 이 모든 행위를 저지른 일당들에게는
‘인면수심’이라는 말조차도 아깝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만 남고
가해자는 뒤로 숨어버리는 범죄이다.
누군가는 영상에 찍혔고,
누군가는 영상을 찍었고,
누군가는 영상을 보았고,
누군가는 영상을 유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영상에 찍힌 피해자만 남는다.
영상을 찍고 보고 유포한 가해자들은 유유히 빠져나간다.
피해자들만 스스로를 탓하며
주변의 왜곡된 시선에 괴로워한다.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한다.
설사 범죄로 유입된 과정 속에서 판단 착오가 있었더라도
이를 두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최근에 일어난 성착취물 영상의 촬영 및 유포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잔혹한 범죄이다.
이 범죄에는 많은 주도자들과 공모자들이 있었다.
피해자들의 신상정보 및 은밀한 사진을 취득하여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자.
이에 속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을 촬영한 자.
돈을 받고 영상을 팔고 돈을 주고 영상을 산 자.
가학적 행위를 요구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거나 또는 이를 방관한 자.
이들이 바로 이 범죄를 주도한 자들이고 이 범죄에 공모한 자들이다.

성착취물 영상을 유포한 비밀 채팅방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아니다.
의도와 목적을 갖고서 접근하는 경우에만 참여할 수 있다.
어쩌다 우연히 실수로 들어갈 수가 없는 방이다.
참여하려면 대가를 지불하거나 신분을 인증해야 한다.
이러한 비밀 채팅방에 참여한 것은 성범죄를 묵과한 것이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끔찍한 행위이다.
채팅방 참여자들은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에 동조한 자들이다.
참여자들에 대한 전체 명단공개는 절대 과한 처벌이 아니다.

 

※ 과제에 대한 소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백만 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이 제기되었다.
디지털 성범죄 용의자들의 신상 공개와 함께
이들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요구하는 청원과
성착취물 영상을 유포한 비밀 채팅방 참여자들의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청원이 그것이다.
이 청원에 대해서는 경찰청장의 답변이 게재된 상태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손쉬운 자료 유포로 인해
2차·3차 가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특정하기 쉽지 않다.
최근에 발생한 성착취물 촬영 및 유포 행위는
이를 주도한 가해자들이 특정된 상태이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채팅방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경찰의 강제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채팅방 참여 명단 공개는 개인정보 침해라는 주장도 있다.
‘호기심으로’ 들어간 사람까지 처벌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 야당 대표의 이러한 주장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안이한 시각을 그대로 담고 있다.
피해자들을 보호해도 부족한 마당에
‘선의의 피해자’부터 찾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논리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로 볼 때
이 범죄의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지불해야 입장이 가능한 방이다.
단순 호기심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자들도
범죄에 공모한 것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내가 이 사건을 보며 느낀 점이다.

사회현상에 관한 글쓰기를 주제로 받았을 때,
이와 같은 내용의 글을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도 범죄자들의 실명이라든지,
그들이 만든 채팅방들의 이름 등은 쓰고 싶지 않았다.
고유명사를 씀으로써
그들을 유일무이한 대상처럼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고
범죄자들에게 서사를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범죄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제한된 분량 안에서 주장에 대한 근거를
좀 더 풍부하게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래도 글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기에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