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쓰기

[Writable 8기] 과제5: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스승철 2020. 4. 26. 20:07

※ 과제5: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나는 고시생 출신이다.
2011
년부터 2016년까지 지금은 5급 공채로 이름이 바뀐
행정고시 합격을 위해 공부한 경험이 있다.
만으로 5년 동안 최선을 다해 공부에 임했지만
결국 나에게는 관운이 없었나 보다.
3
년째가 되고 4년째가 될 때까지
한 번만 더해보자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5
년째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공부를 접었다.

고시 합격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처음에 가졌던 다짐 중 하나는 지킬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가졌던 다짐이었으며,
공부를 계속하면서도 꾸준히 이어온 다짐이기도 했다.
결국 그 다짐을 이룬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다.
이 글은 그때 내가 세웠던 다짐에 관한 글이다.

공부하는 동안 나는 한 가지를 고집스럽게 지켰다.
그것은 바로 머리를 기르는 것이었다.
공부를 그만두기 전까지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를 알리자 가족부터 시작하여 친구들까지
하나같이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저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난 만 5년 동안 머리를 길렀다.

머리를 기르며 이렇게 다짐했다.
머리를 기른 만큼 합격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그러나 혹시라도 합격하지 못한다면
그 동안 기른 머리는 의미 있게 사용하자고.
결국 나는 합격하지 못하였고
공부를 접은 날 마음을 정했다.
머리를 잘라 좋은 곳에 기부하자고 말이다.
그곳이 바로 사단법인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다.

당시 사단법인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는
모발기부 캠페인이 진행 중이었다.
이 캠페인은 일반인들로부터
모발을 기증 받아 가발을 만들고
그 가발을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캠페인은 작년 2월말에 종료되었는데
나는 그 전에 머리를 기증하였기에
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었다.

내가 기부한 머리는 그곳에서
예쁜 가발로 다시 태어났을 것이다.
그 가발을 나는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그 가발은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다만 나의 작은 도움으로
한 조각의 웃음꽃이 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과제에 대한 소감

오늘은 내가 머리를 기증하면서 썼던 편지를
과제에 대한 소감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내 머리로 만든 가발을 받은 이에게
이 편지가 함께 전해졌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