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강의에서는 많은 과제들이 나간다.
그 중에서도 화룡점정은 내가 '학습 보고서'라 부르는 기말 레포트다.
이는 한 학기 동안 배웠던 이론들을 비롯하여 기출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풀이법, PSAT 공부법, 수업 참여 소감 및 피드백 등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여 제출하는 과제다.
학생들이 제출하는 기말 레포트를 하나 하나 읽는 시간이 나에게는 한 학기 강의에 대한 가장 큰 보상이자 선물이다.
한 학기 강의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것이 이 과제의 취지이지만, 이는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 학기 동안 나와 함께 강의에 참여하며 학생들은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내 강의에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고, 어떤 점이 부족하다 느꼈을까.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혼자서는 절대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강의를 하는 나의 입장에서만 볼 때는 이 정도면 그리 어렵지 않고, 이 정도면 괜찮아 보이고,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하지 않나 하는 편견에 아주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입장에 서서 내 강의를 봐야 한다.
학생들의 눈으로 내 강의를 관찰하도록 하고, 학생들의 입으로 내 강의를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나온 결과가 달콤한 칭찬이 되었든, 쓰디쓴 충고가 되었든 감사한 마음으로 달게 받으면 된다.
어떤 피드백이 되었든 그 피드백은 나에게 다음 강의를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도록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그리고 더 좋은 강의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강의 평가를 내려준 학생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이다.
솔직하고 정확한 피드백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성장시킨다.
매 학기 강의를 마칠 때마다 나와 나의 학생들은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미약해 보일지라도 이 성장은 결국 언젠가 큰 성과로 되돌아올 것이다.
<기말 레포트 과제 중 일부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