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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Angry Men(1957년 개봉) 감상평

스승철 2022. 5. 18. 23:58

1957년에 개봉한 '12 Angry Men'이라는 오래된 영화가 있다.
한 살인사건 심판에서 12명의 배심원이 최후 평결을 내리기 위하여 의논하는 것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이 영화는 스토리 특성상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간이 매우 제한적이다.
영화 초반과 후반에 법원 모습이 화면에 비춰지는 것을 제외하면, 영화 내내 배심원실과 화장실 두 곳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화면도 흑백이고, 스토리 소재 자체만 놓고 봐도 그리 흥미가 느껴질 만한 영화는 아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몇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첫째, 여러 유형의 인물들을 통해 사람의 다양한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둘째, 논리적이고 실증적인 설득 과정을 통해 각 인물들의 생각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매우 입체적으로 잘 그려냈다.
셋째,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로 평결을 정해야 한다는 조건 하에서 소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를 잘 드러냈다.

12명의 배심원이 모인 자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자신만의 논리를 만들기 위하여 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정을 빨리 내리기 위하여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극복하지 못한 채 왜곡된 결정을 내리는 사람도 있고, 그저 다른 사람의 생각에 부화뇌동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주의 깊게 듣고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의견을 바꾸는 사람도 있는 반면,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이 영화는 이처럼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굉장히 개연성 있게 잘 연출하고 있다.
나는 영화 속 등장인물 중 어느 유형에 가까울지, 어떤 평결을 내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해보며 영화를 관람한다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https://youtu.be/mLhrTP65J_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