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에 개봉한 '12 Angry Men'이라는 오래된 영화가 있다. 한 살인사건 심판에서 12명의 배심원이 최후 평결을 내리기 위하여 의논하는 것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이 영화는 스토리 특성상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간이 매우 제한적이다. 영화 초반과 후반에 법원 모습이 화면에 비춰지는 것을 제외하면, 영화 내내 배심원실과 화장실 두 곳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화면도 흑백이고, 스토리 소재 자체만 놓고 봐도 그리 흥미가 느껴질 만한 영화는 아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몇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첫째, 여러 유형의 인물들을 통해 사람의 다양한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둘째, 논리적이고 실증적인 설득 과정을 통해 각 인물들의 생각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매우 입체적으로 잘 그려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