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캘리

필사를 하는 이유와 목적

스승철 2022. 6. 15. 23:29

내가 필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9년 1월 1일부터였다.
처음 필사했던 책은 가스 캘러헌의 "냅킨 노트"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캘러헌은 어느 날 암 발병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다.
자신의 딸이 고등학교 졸업하는 모습을 볼 확률이 8%뿐이라는 의사의 말과 함께.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일 도시락에 냅킨 노트를 써주겠다고 자신과 약속한다.
그리고 그는 총 826장의 냅킨 노트와 함께 자신의 약속을 지켜낸다.

이 책에는 저자가 남긴 냅킨 노트 문구 일부가 수록되어 있다.
이 문구들 중 내 마음에 와닿았던 것들을 모아 적은 것이 내 필사 작업의 시작이었다.

처음에 필사할 때는 허들을 최대한 낮춰 잡아서 시작했다.
적어도 1년 동안은 매일 필사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는데 이렇게 하려면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에 내가 잡은 목표는 '한 문장 필사하기'였다.

돌이켜 보건대, "냅킨 노트"는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합한 책이었던 것 같다.
짧게 받아 쓸 수 있는 문장들이 많았고, 각각의 문장들마다 생각할 거리는 많이 남겨주었다.
저자가 왜 이런 글을 딸에게 남겼는지 그 심정이 이해됐고 내가 느낀 소감을 짤막하게 정리하다 보니 조금씩 나의 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필사의 목적과 가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 그 진가를 깨닫기란 쉽지 않다.
뻔히 책을 보면 나와 있는 글귀를 손 아프게 적어야 할 이유나 목적은 그저 아무렇게나 생기지 않는다.
내가 직접 해보면서 이유나 목적을 찾아야 한다.

찾기 싫거나 찾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안 찾으면 된다.
찾고 싶어서 도전한다고 해도 한두 번의 시도로는 못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히 찾으려고 시도해보면 분명 그 안에서 큰 가치를 찾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중에 내가 가장 잘한 일을 꼽는다면 나는 필사를 시작한 것을 들고 싶다.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데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필사를 통해 책을 읽는 동기가 강해졌고, 더 다양한 책들을 읽도록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독서와 필사는 서로가 서로를 강화시킨다.
독서는 필사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제공한다.
필사는 독서 경험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한다.

이렇게 독서와 필사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기에 나는 앞으로도 독서와 필사를 쭉 하고 싶다.
올해 목표인 1000일 필사를 넘어 10000일 필사를 달성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