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캘리

필사 1000일차를 자축하며

스승철 2022. 12. 29. 21:34

지난 2019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필사 작업이 오늘 드디어 1000일차에 도달했다.
첫 필사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늘 여기까지 오느라 만으로 4년이 걸렸다.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느낌이다.

필사를 오랜 기간 이어왔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4년 전과 비교할 때, 지금의 내가 그때보다 조금은 더 현명해지고 조금은 더 지혜로워졌으면 좋겠다.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세상사와 사람들을 보는 시야가 조금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

돌이켜보건대, 내가 필사를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나를 위하고 나를 생각하는 마음에서였던 것 같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느낌을 글로 정리하는 작업을 통해 가장 큰 위로를 받은 건 오롯이 나였기 때문이다.
세상과 잠깐 단절한 채로 나만의 필사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은 나에게 더할 수 없는 행복감을 전해준다.

물론 필사 작업이 그리 쉬웠던 것은 결코 아니다.
필사와 함께 나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옮기는 작업까지 병행했기에 언제나 창작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마음에 드는 한 문장을 뽑아내기 위해 거쳤던 숱한 퇴고의 시간은 때로 나에게 큰 좌절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그런 고통의 시간이 있었기에 더욱 더 힘을 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냥 단순히 글만 옮겨적는 것에서 그쳤다면 오히려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왜 필사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도, 보람도 찾기 어려웠을테니까 말이다.

오늘 남긴 1000일차 필사는 하나의 종착지가 아니라 거쳐가는 경유지일 뿐이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책으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1001일차 필사를 시작한다.
오늘 필사로 남긴 문장처럼 나 혼자서 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나의 세계를 바꿀 수는 있다.

그렇게 해서 바꿔나갈 나의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계기로 찾아올지는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껏 해온 것으로 볼 때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
얼추 방향은 맞는 것 같으니 꾸준히 계속 가보다 보면, 내가 원하는 지점 근처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언젠가부터 내 삶의 모토로 삼은 이 문구가 앞으로도 내 삶을 이끄는 큰 지침으로 남길 바란다.
지금껏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필사 작업을 유지해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만 하면 된다.

오늘을 누리되 어제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오늘을, 오늘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것.
앞으로도 이것 하나만은 명심하며 삶을 살아가면 그보다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어제의 나 충분히 잘했고, 오늘의 나 수고 많았고, 내일의 나 더 잘 해나갈 거라 믿으며.

2022.12.29 (목) 오후 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