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人文學)'은 사람(人)과 텍스트(文)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텍스트(text)란 좁게는 문자로 기록된 글을 의미한다. 넓게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글이나 영상, 음성, 사진 등 모든 인위적 매개물을 의미한다. 텍스트를 넓은 의미로 이해할 때, 인문학은 사람과 사람이 만든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월터 카우프만이 『인문학의 미래』에서 정의한 대로 종교, 철학, 예술, 음악, 문화, 역사 이 여섯 가지 분야로 인문학의 범위를 제한하려고 한다.
인문학의 의미와 가치에 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인문학은 그 정의상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인문학의 영향 역시 다양한 측면에서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인문학이 대학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생활의 당사자인 대학생들이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지, 또는 무엇을 배워야 하고 경험해야 하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무엇을 배우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인문학의 중요도와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전공지식과 메타인지, 소통능력 이 세 가지를 배우고 경험해야 한다. 전공지식은 전공 분야와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을 의미한다. 전공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대학 진학의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메타인지는 한 차원 높은 관점에서 자신의 인지 과정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지식을 쌓고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에 해당한다. 소통능력은 다른 사람과 대화나 의견이 잘 통하도록 교감하는 능력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요구되는 능력이기도 하다.
전공지식의 경우, 자신의 전공이 인문학 분야에 속하는지에 따라 인문학의 영향력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속한다면, 인문학은 아주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공부해야 할 주제의 대부분이 인문학과 관련되고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생각하고 소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속하지 않는다면, 인문학의 영향력은 다소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생각하고 소통해야 하는 필요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전공지식 숙지와 관련해서만 논하자면 말이다.
메타인지의 경우, 전공과 무관하게 인문학의 영향력은 아주 강력해진다. 메타인지는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그 생각의 근거는 무엇이며, 그 근거는 과연 타당한지를 따지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사람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또한 그러한 이해는 얼마나 타당한지 질문하고 다시 판단할 것까지 요구한다. 인문학의 여섯 분야는 바로 이 과정을 거치며 역사적으로 발전해왔다.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인문학은 메타인지 형성에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소통능력에 관해서도 인문학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타인지가 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소통능력은 주로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이해 대상만 다를 뿐, 메타인지와 소통능력은 서로 닮은 부분이 많다.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달하기도 한다. 인문학이 지향하는 것은 사람과 세계에 대한 이해다. 인문학을 통해 우리는 사람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사람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때, 우리의 소통능력도 향상된다.
대학 생활에서 인문학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며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전공이 인문학 분야가 아닐 경우 이러한 의문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인문학은 공기와도 같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이토록 흔한데도 불구하고 평상시에는 그 소중함을 알기 어렵다. 꼭 필요한 상황이 닥쳐야지만 비로소 그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삶이 고달프고 힘들어지는 순간이다. 바로 그 순간을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
대학 생활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대학 생활 경험이 있든 없든, 사람과 세계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사람과 세계에 대한 이해는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진정한 이해에 도달하려면 많은 노력과 관심과 시간을 쏟아야 한다. 절대 쉽지 않고 적지 않은 시간이 들기 때문에 애당초 시도할 용기조차 생기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더 시도하고 노력해야 한다.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