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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 힘든 상황에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선택들

스승철 2025. 3. 11. 20:22

※ 매일 글쓰기
#1일차
- 제목: 힘든 상황에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선택들

누구나 살다 보면 내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힘들어서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러한 상황은 다른 사람과의 충돌에서 오는 경우도 있고 내가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우연한 계기로 안 좋은 일에 휘말릴 수도 있고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일이 잘못 흘러갈 수도 있다.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싸움-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이라는 생리학 용어가 있다. 이 용어는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자율신경계가 관여함으로써 나타나는 반응을 나타낼 때 사용된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는데, '싸움-도피 반응'이 일어나면 교감신경은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의 기능은 저하된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심장 박동수와 혈압이 올라가고 소화기관 운동은 억제된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될 경우, 우리는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 중 하나는 힘든 상황에 맞서 싸우는 것이며(싸움: Fight), 다른 하나는 힘든 상황을 피해 도망가는 것이다(도피: Flight). 어느 쪽을 택하든 우리는 전적으로 자율신경계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다른 상대와 맞서서 싸울 때도, 다른 상대를 피해 도망갈 때도 미칠 듯이 뛰는 심장 박동을 늦추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힘든 상황에 맞서 싸우는 선택과 그 상황을 피해 도망가는 선택은 양립하기 어렵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버려야 한다. 만약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이 두 가지뿐이라면 우리는 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싸우는 것도, 도망가는 것도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세 번째 선택지도 있다. 그것은 바로 힘든 상황을 참고 이겨내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참고 이겨내는 것은 도망가는 것과 비슷해보일 수도 있다. 참고 이겨내는 것이나 도망가는 것이나 결국 둘 다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선택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맞서 싸우지 않는 것은 도망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두 선택지는 결국 같은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참고 이겨내는 것은 맞서 싸우는 것과 비슷해보이는 측면도 있다. 참고 이겨내는 것이나 맞서 싸우는 것이나 결국 둘 다 내가 처한 상황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망가지 않는 것은 싸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 두 선택지가 같아 보일 것이다. 이처럼 참고 이겨내는 것은 중간적인 성격의 선택지로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싸움에 가까울 수도, 도피에 가까울 수도 있다.

힘든 상황을 참고 이겨내보자고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고 싶다는 충동적인 본능을 억제해야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현재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내가 갖고 있거나 누군가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현재 내가 처해 있는 힘든 상황이 극복 가능한 것인지 판단하려면, 객관적인 평가와 주관적인 평가를 모두 동원해야 한다. 하지만 이 중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주관적인 평가라 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극복 가능한데도 본인이 그렇게 믿지 않는다면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객관적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을 굳은 의지로 극복하는 사례가 우리 주변에는 제법 흔하다.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내가 갖고 있다고 믿는다면, 아마도 그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버티고 이겨내려 할 것이다. 반면, 혼자서는 그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구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각자의 성향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 처했느냐에 따라 달리 판단할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에 대한 본인의 평가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에게는 네 번째 선택지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고 믿거나 극복할 수 있더라도 혼자서는 극복할 수 없다고 또는 누군가의 도움으로도 극복할 수 없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끝내려는 사람들이 내리는 최종적인 선택일 것이다. 어떤 믿음을 갖느냐에 따라 우리의 선택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죽을 것 같이 힘든 상황에서 어떤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인지는 사실 정답이 없다. 맞서 싸워야 할 때도 있지만 빨리 도망가야 할 때도 있고, 버티면서 참고 이겨내야 할 때도 있지만 포기해버려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내리든 현재 상황과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을 한 번쯤은 깊게 돌아보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