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글쓰기
#3일차
- 제목: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이 말은 흔히 식생활 또는 식재료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인용된다. 이는 프랑스의 법관이자 미식가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1755~1826)이 『미식예찬』에 남긴 문장에서 유래하였다. 원래 문장은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였다. 당시 프랑스는 계급 사회였기에 각 계급별로 사람들이 주로 먹는 음식의 종류와 질이 제한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먹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계급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현대는 더 이상 계급사회가 아니다.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맛의 민주화도 이루어졌다. 과거에는 왕이나 귀족만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을 이제는 저렴한 비용으로 일반 시민들도 즐길 수 있다. 먹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알아내기란 더 이상 쉽지 않다. 대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웰빙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식재료를 찾고 있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 되기에 건강을 생각할 때 기왕이면 더 신선하고, 더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 그레고리 번스는 『'나'라는 착각』에서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는 말을 더 확장하여 적용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연속적이고 일관된 존재로서의 자아는 극단적으로 말해 허구이자 망상이며, '나에 대한 편집된 이야기'로서 '편집된 자아'만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흔히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하나의 같은 존재로 인식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각각은 서로 다른 존재이며 이를 같은 존재라 믿는 것은 그저 유용한 망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서로 분리된 과거, 현재, 미래의 자아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저자는 이야기가 바로 그 기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과 그 사건이 현재에 미친 결과, 그 결과로 인해 생겨날 미래의 모습을 압축하여 매끄럽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아 정체성이란 어떤 이야기를 믿느냐에 좌우된다. 어떤 이야기를 믿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가치관과 자아 정체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믿는 이야기가 달라지면 자아도 달라진다.
이제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는 말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문자 그대로 나의 입으로 들어간 음식들이 나의 몸을 만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눈과 귀로 들어간 이야기들이 나의 마음을 만든다는 것이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나의 몸이 바뀌고, 어떤 이야기를 믿느냐에 따라 나의 마음이 바뀐다. 쓰레기같은 음식만 받아들인다면 나의 몸도 쓰레기처럼 되어버릴 것이고, 쓰레기같은 이야기만 받아들인다면 나의 마음도 결국 쓰레기처럼 되어버릴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받아들이고 있는 음식과 이야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로 인해 나의 몸과 마음은 지금 어떤 상태가 되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해보건대 분명 건강한 음식, 건전한 이야기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몸과 마음의 상태 역시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선할 수 있고 또한 개선해야 하는 것들이 있으며, 거부할 수 있고 또한 거부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더 나은 내가 되려면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해야 한다.
좋은 것들도 넘쳐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쓰레기가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는 세상이다. 잠시 한눈만 팔아도 어느새 주변에는 각종 쓰레기가 쌓이기 일쑤다. 쓰레기가 쌓이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온다. 몸에도 마음에도 쓰레기가 쌓이지 않도록 치우고 정리하는 것을 습관처럼 해야 한다. 이를 게을리하면, 내가 바라지 않는 내가 된다. 그렇다고 조급해할 것도 없고 불안해할 것도 없다. 항상 그래왔듯이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잘 치우고 정리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