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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 발견 모드와 방어 모드

스승철 2025. 3.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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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 제목: 발견 모드와 방어 모드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에는 '발견 모드'와 '방어 모드'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발견 모드'는 우리 주변에 새로운 기회는 없는지 스스로 찾아보면서 이에 접근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방어 모드'는 반대로 주변에 위험한 요소는 없는지 살피며 위험이 보일 경우 이를 방어하거나 회피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발견 모드'로 살아가는 사람은 사회성이 높고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경향이 있으며, '방어 모드'로 살아가는 사람은 방어적이고 불안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발견 모드'와 '방어 모드'는 어떤 관점으로 삶을 이해하고 어떤 태도로 이에 대응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즉, 무엇에 노출되었느냐를 따지기보다 그렇게 노출된 것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 반응하느냐의 문제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같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계속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거부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이러한 결정은 개인의 자유 의지에만 달린 문제는 아니며, 환경이 개인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인가를 선택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자유 의지로 그것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 주변 환경으로 인해 그러한 선택이 강요되었을 수도 있고, 선택을 강요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을 모르거나 부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을수록 우리는 많은 자원을 써가며 각각의 대안을 직접 비교해야 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최종적인 선택에 대한 만족감을 떨어뜨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발견 모드'와 '방어 모드'는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 사후적으로 해석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지만, 어떤 태도로 임할 것인지 사전적으로 결정하는 틀로써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이미 일어난 일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앞으로 다가올 일을 예상하며 대비하는 것이 보다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것을 나중에 다시 접하게 된다면 그때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나는 같은 선택을 할까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까?

'방어 모드'를 따른다면 아무래도 다른 선택보다는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비록 이전에 그 선택으로 인해 안 좋은 경험을 했더라도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더 안 좋은 경험을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선택이 나에게 더 좋은 경험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방어 모드' 하에서는 내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손해라면, 그리고 이득을 볼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불확실한 이득보다 확실한 손해를 더 선호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발견 모드'를 따른다면 같은 선택보다는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발견 모드'의 정의상 새로운 기회가 없는지 주변을 계속 탐색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그 선택으로 인해 안 좋은 경험을 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만약 선택을 바꿨다면 어떤 경험을 했을지 궁금해하며 머릿속으로는 여러 가지 버전의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더 큰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발견 모드'를 따르는 사람의 특징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러할 것이며 내일도 그렇게 될 것이다.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계속 감수해나가는 것이다. 내가 내린 결정이 어떤 결과로 되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결정이 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린 결정해야 하고 선택해야 한다. 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두려워 결정하지 않고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악의 결정이자 최악의 선택이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면, '발견 모드'와 '방어 모드' 두 가지를 떠올려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비록 위에서는 두 가지 중 '발견 모드'가 더 나은 선택인 것처럼 서술하기는 했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방어 모드'를 취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어차피 정답은 없다. 무엇인가를 선택했으면, 그 선택으로 인해 이익이 생기든 손해가 생기든 그에 대한 책임만 지면 그만이다. 더 많은 것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출수록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